180x180cm, digital print, 2013
내가 만든 행운(2013)
누군가가 술자리에서 전생에 무엇이었을 것 같은지 물었다.
평소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고 별로 의미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었는데,
물어보는 사람이 연장자여서 어느 정도 호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.
확률적으로 포유류 중 가장 개체 수가 많은 ‘쥐’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.
우유를 좋아하고 지극히 평범한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.
다음 날 아침, 술이 덜 깨어 누워있는데 정말 전생에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.
전생이 지금의 생의 이전의 생을 뜻한다면 우선 내 생의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될 거 같았다.
부모님이 사랑을 나누어 수정된 상태가 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. 그런데 그 상태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.
우선 크기부터가 훨씬 작았다. 생의 시작 이후 많은 것이 더해진 것이다. 그 동안 많은 것을 먹어왔다.
내가 먹은 것이 생의 형태였다면 나의 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
나의 전생들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아주 넓은 지역에 아주 희박한 밀도로 퍼져있었을 것이다.
한편, 그 시작점 이전에는 부모님에게 나누어져 있었고
그 이전에는 그 윗대에서 전해져 내려온 유전적인 정보가 복제가 되는 단계가 있었을 것이고,
그러면서 쭉 위로 계속 가다 보면,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고, 가고 가고 더 올라 가다 보면 미토콘드리아, 아미노산, 유기물,…….
어릴 적부터 배우고 보고들은 것들이 갑자기 내 생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.
아마도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우주의 시작부터 있었다.
우연히 지구가 생명체에 적합한 환경이었고, 생명체가 생겨나는 우연이 필연적으로 벌어질 만큼 긴 시간이 흘러 다양한 것들이 모여 결국 우연히 내가 생겨난 것이다. 우연히.
나는 필연적으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.
나는 이 세상에 굳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.
그런데 필요하지 않은데도, 엄청나게 낮은 가능성에도 있다. 그 것도 꽤 잘 있다
운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.
운이 너무 좋아서 행운 조차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.